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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좀 차린다고?

헐킈


(이후 내용은 트랙백 건 글과는 별 상관없음. 단지 광고 본 감상을 적은겁니다.)

축하한다.
멋진 남자 되는거다
정신 좀 차리겠다

과연 이 어이없는 것들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건가.

실제 가보면 다 안다. 가기 전에 백날 붙잡아 놓고 거기가 어떤 곳인지, 어떤 불합리가 있는지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까놓고 말해 한번 영장 나오면 가기 싫다고 백날 개난리 쳐봐야 범죄자밖에 될 일이 없거든. (그리고 결국은 간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은 잘다녀오라는 말밖에 없다. 기왕에 가는 거, 좋게 생각하라고. 안그래도 꿈도 희망도 없는데, 그정도 미화조차 없으면 뭘로 견디냐고. 생고생하는 그 기간이 정말로 인생에 아무 의미가 없는 채로 단순히 버려지는 거라면 정말 슬프잖아. 아무리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말이다.

그럼 정말 군대 가면 정신 차리고 사람이 될까?
사실 이게 가장 어이없는 말이다. 개고생하며 삽질해대고 과연 얻어지는 게 뭘까. 몸은 온갖 골병에 지병까지 도지고, 능동적이고 긍정적이던 사람은 수동이고 집단에 순응적인(다른말로 하면 별볼일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나도 안될 줄 알았는데 결국 아저씨가 되더라만. 그리고 군대에서 어디 한군데 안 망가지고 나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뭐 멀쩡하게 나오는게 최고라는 게 다른 의미가 아니다. 총맞고 인대 날아간 사람, 사격하다 총터져 죽은 사람 한둘이 아니고, 앞니 다 부러진 사람, 팔 부러진 사람, 다리 망가진 사람, 탱크에 깔려죽은 사람, 비행기 흡입구에 빨려죽은 사람. 이런 사람 한둘이 아니다. 나 있던 부대에서는 자살사건도 몇번 있었다. 과연 정신차린다는 말이 뭘 말하는 걸까?

과거 조직체, 다시말해 평생직장에 들어가서 집단에 적응하는 사회성만이 강조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시대가 뭐 완전히 바뀐 건 아니겠지만, 분위기의 정도라는 게 있잖아. 집단 내부의 상하 위계서열이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던 시대.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란 말이 있다. 그래, 축소판이다. 아니, 압축판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여러 가지 사회질서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사회 내부의 부조리들이 군대에서는 여실하게 드러난다. 눈치볼 것도 없고, 걸릴 것도 없다. 부대 내부의 일은 철저하게 은폐되고, 뭔가 사건이 터져도 엔간해서는 밖으로 새나갈 일도 없다. 뭔가 밖으로 새나갔다면 사태수습보다는 그걸 누가 퍼뜨렸는지를 먼저 색출해서 응징하려 드는 게 군대다.

군대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그나마 쓸모있는 건 무조건 참고 보는거. 정말 그거밖에 없다. 말하는 내가 다 씁쓸해지지만. 아 하나 더 있구나. 어딜 가서도 이런 생고생은 못한다는거 정도? 하루 고달픈 일과가 끝나고 취침 시간이 되어 자리에 누우니 고참이 대가리를 후려친다든지. 주말마다 보일러실에 단체로 감금당하고 두드려맞는다든지. 누군가 저 광고 패러디한다고 맞는 거 몇개 붙였던데, 저정도구나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단지 맞고 치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개한테 경례 해본 적 있나? (나 여기서 은유법 쓴거 아니다. 군견에게도 계급이 있다. 법적으로 있던 없던 닥치고 있다면 있는거다. 그게 군대다.)

실제 입사면접에서 군필자를 쳐주는 이유도 이런 거다. 군대에서 인내를 배워온 사람은 아무리 개같이 부려먹어도 웬만해서는 별말 안한다. 게다가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직급이 먹히고 권위가 먹히거든. 하루에도 수십번씩 해머를 들었다 놨다 하며 저놈을 죽일까 살릴까 하다가도 이름만 불리면 관등성명 대가며 그 앞에서 해실거려야 하는 게 현실이거든.

이러다보니 사회 나와서 별 더러운 꼴을 보더라도 뭐 이것쯤이야 하게되어버리는 것이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새끼가 있다면 좀더 견디기 쉽긴 하겠지. 여하튼, 어떤 수단으로 미화하려 해 봐야 미화가 될 수도 없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해할 수도 없다. 요새 군대 좋아졌다고? 좋아지긴 뭐가 좋아져? 좋아졌다고 광고하는 거랑 진짜 좋아진 거랑은 다르다. 월급 3만원에서 8만원으로 올랐다는 게 그렇게 좋아보이나? (당시 물가와 지금 물가를 비교해봐라. 그때 3만원의 가치와 지금 8만원의 가치가 어떤 차이인지.) 불합리는 여전하고 대우도 여전하며 군대밥이 맛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말 포인트를 잘못 잡아도 너무 잘못 잡았다. 저런 멘트가 어디서 유래한 건가 하면, 저것들은 오래전에 군생활을 마치고는 이미 십년 이십년 다 되신 분들이 애들한테 하던 말들에서 온 것이다. 장난 반 농담 반으로, 또는 어차피 가야하는 거, 까짓거 더럽고 치사해도 갔다오면 될 거 아니냐. 어차피 남들 다 가는거. 기왕에 조금이나마 기운있을 때 갔다오는 게 낫다 이거지.

이런 감정을 공유하며 내뱉는 거랑,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뱉는 거랑은 무게가 다르다. 예비군들이 이제 곧 군대가는 애들 놓고 놀려먹는 걸 보고 함부로 따라해봐야 좋을 거 없다. 사실 예비군들도 광고에서처럼 저렇게는 안한다. 어디 입영통지서를 펄럭여? 죽을라고..

예비역들이 모여서 군대얘기 한다고 해서 안가본 사람이 덩달아 끼어들어 봐야 좋을 것도 없고, 그게 자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그건 자랑도 아니고 푸념도 아니다. 가본 사람들끼리만이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아픔 같은 거다. 어디가서 자랑할 것도 아니고, 구태여 건드리지만 않으면 발끈할 일도 별로 없다. 추켜세워주지 않아도 되고 보상이고 뭐고도 필요 없으니까 건들지만 말라 이거다.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군가산점제는 반대한다. 그깟 가산점 받아서 뭐에 쓴다고.) 안갔다 온 사람은 모른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굳이 남녀 따질 것도 없이, '사병'으로 끌려가 '연예병'이나 '게임병' 같은 특수과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일반 사병'으로 만기제대한 사람 아니고서는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다. 기실 굳이 이해받으려 들지도 않는다. 제발 아픈 데 괜히 건드려 들쑤시지만 말아다오.

by highseek | 2009/06/19 20:39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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