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갉아먹다. 우리 모두 쥐를 조심합시다(4)

간지를 새치기하다. 우리 모두 쥐를 조심합시다(3)에 이어서.
 
옛날에 어떤 사람이 들판 가운데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사나운 코끼리가 그에게 달려왔습니다.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나다가 마침 우물이 하나 있어서 들여다보니 커다란 나무뿌리가 안쪽에 나 있어서 그것을 붙잡고 내려가 매달린 채로 숨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가 이내 쫒아와서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으르렁거렸죠. 그래서 이 사람은 더 내려갈까 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용이 입을 딱 벌리고 혀를 낼름거리며 노려보고 있는 겁니다. 그는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 때 나무뿌리를 잡고 있는 손 위에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겁니다. 무슨 소린가 해서 살펴보니 흰쥐 한 마리와 검은쥐 한 마리가 글쎄 번갈아서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건 뭐 어쩔 수도 없이 놀래서 벌벌 떨고있을 수밖에..;

그런 와중에 나무뿌리에서 꿀이 조금 흘렀는데, 달콤한 것도 잠시..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자 벌들이 나타나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들판에 불이 붙어 나무에 불이 옮겨붙습니다. 정말 위기일발의 순간들이 계속되지요.


이 이야기는 불교 경전인 아함경(阿含經)에 등장하는 일화입니다. 부처는 이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 세상의 중생을 설명합니다. 넓은 들판은 끝없는 무명(모든 번뇌의 근본이 되는 그릇된 생각과 망령된 집착으로 인해 진리에 어두운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입니다) 의 긴 밤에 비유한 것이고, 코끼리는 무상(끝없이 나고 끝없이 죽고 변하여 불멸하는 것은 없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리고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비유한 것이며, 나무뿌리를 갉아먹는 것은 시간이 흘러 찰나로 목숨이 줄어드는 것에 비유한 것이죠. 계속해서 벌꿀은 다섯가지 쾌락, 벌은 그릇된 생각들, 불은 늙음과 병, 사나운 용은 죽음의 비유라는 부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결론 : 쥐는 생명을 갉아먹는다.

by highseek | 2009/07/05 17:30 | 신화, 설화, 전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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