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법

소개팅 이렇게 하면 됩니다.

(기본 조건은, 평범한 직장에 크지 않은 키에 평범한 외모일것. 잘생겼거나 키크거나 돈이 많거나 하면 패스입니다.)


만남 2~3일 전에 문자나 전화로 간단하게 약속을 해요. 장소는 적당히 중간쯤에, 찾기쉬운 까페가 좋습니다. 아 그리고 전화할 때, 만나기도 전에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말고, 간단한 인사와 약속장소 정하기 정도만 하고 적당히 끊습니다. 이 때 전화든 문자든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2-3일 전에 미리 미장원이라도 가서 머리 다듬어두는 것 잊지 말고. 참, 난데없이 최신패션에 도전하고 이딴거 하지 말고 그냥 미용실 직원분들에게 깔끔하게 해달라고 맡기세요.

당일날 거울 앞에서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이 어디 튀지는 않는지 봅니다. 옷 구겨졌으면 좀 다리고, 지금 이 순간에 옷에 뭐 묻었다거나 냄새가 배어있다거나 이러면 낭패. 머리에 무스도 좀 바르고, 면도하다 빠뜨린 거 없는지, 설령 코털이라도 나오지 않았는지 좀 보고, 손발톱도 짧게 깎고요. 옷차림은 편한 게 좋긴 하다만 그렇다고 동네 마실나가는 추리닝-_-이런 거 입지 말고 세미정장이나 적당히 캐주얼한 거 추천합니다. 요새같은 겨울이면 면바지에 셔츠, 가디건 정도 입고 코트를 걸친다거나 하는 것도 괜찮지요. 악세사리는 손목시계 외에는 금물입니다.

사전에 근처 맛집 두세군데 정도는 알아봐둬요. 상대방이 뭐 좋아하는지는 주선자에게 캐물어두고(절대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면 안됩니다. 주선자가 모른다고 내빼면 할수없이 찍어야돼요.) 카페 근처, 쉽게 갈 수 있는 데로 적당히 물색해둡니다.

준비 다 끝났으면 출발. 아, 그 전에 구두는 잘 닦여있는지 보고, 입에 상큼하게 구취제거제 한번 뿌려주고, 중요한거, 남성용 로션(여기 밑줄 두 개) 반드시 바르고 나갈 것. 키높이 넣은 거 들키면 안되니까 바지단도 적당히 만져주고요.

출발하면서 문자 한 통 날려줍니다. 오늘 만남 기대된다고, 약속을 한 번쯤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약속시간보다 한 10 분 정도 일찍 도착하세요.

드디어 상대방이 왔습니다. 일어나서 미소띈 얼굴로 맞이하세요. 이제부터 당신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서는 안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가 있어야 합니다.

차는 무조건 여자분 취향에 맞추세요. 이 때 중요한게, 여자분에게 메뉴판 보여주면서 "뭐 드시겠어요?" 라고 꼭 물어보세요. 이 때 여자가 뭘 마시고 싶다 라고 하면 그거 두 개 시키시고,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면 뭐 하나 고르면서 "전 이게 좋은데, 괜찮은가요?" 라고 해서 같은 거 두 개 시키세요.

자 이제 차가 나오면 대화 들어갑니다. 순서는 날씨 이야기 ->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 취미 -> 요즘 관심있는 일 -> 친구 이야기 -> 직업 순서입니다.

날씨는 무조건 맑은 날씨가 좋다고 하세요. 좋아하는 티비프로는 개콘이나 무한도전 정도가 좋습니다. 평소 즐겨 안봐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적인, 무난한, 일반적인,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걸 고르세요.

당신의 취미는 영화감상과 운동입니다. 괜히 프랑스영화니 예술영화 이딴 거 얘기하지 말고 요새 개봉중인 최신작 중에 평범한 로맨스 코미디나 스릴러물 골라서 이름 한두개 외워가서 이런거 재밌을 거 같다고 하세요. 요즘 관심있는 건 경제신문을 읽는 걸 즐기고요. 친구들은 어릴 때는 친하게 놀았는데 요새는 서로 바빠져서 잘 못만난다고 하세요. 당신은 이렇지 않다고요? 시끄러워요. 내가 이렇다면 이런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은 저런 사람이 되세요.

직업이야 있는 그대로 말하고요. 그냥 친구로 지내는 여자친구 한둘 정도는 있는거고, 소주보다는 와인을 좋아하고, 학교다닐 때 시문학을 즐겨 읽었다고 하세요. 유리알 유희를 누가 지었는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전혀 몰라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안물어 봅니다.

학교다닐 때는 교우관계도 좋았고, 성적도 좋았어요. (여기서는 대학 얘기임) 비록 맨날 혼자 밥먹고 매 시험마다 유급을 걱정해야 했던 당신이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언제나 늘상 친구들이 있고, 항상 장학금을 독차지했다고 해야 합니다. 여행은 적당히 호주나 유럽 정도 다녀왔다고 하고, 기회닿으면 또 가고 싶다고 하세요. 외국여행 갔던 추억거리 정도는 미리 인터넷에서 뒤져 마련해두고요.

적당히 30분쯤 지났으면 옮깁니다. 밥먹으러 가야죠. 아까 말했듯이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근처 식당이어야 합니다. 바로 옆 건물이거나 하면 더 좋고요. 그리고 꼭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지저분하거나 지하이거나 골목 구석에 있다거나 하면 안됩니다. 맛이야 있건 없건 무조건 분위기에요. 그럴사한 곳에 그럴사하게 모셔가세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여자친구 사귄 적 있냐고 물어보면 한번도 없었다고 하세요. 하긴 실제로도 없었잖아요?

말투는 너무 빠르지 않고, 좀 딱딱 끊어 당당한 말투를 쓰세요. 톤은 좀 낮게 깔고, 소리크기는 너무 크지 않고, 그렇다고 작지도 않게. 적당하게. 어차피 중후한 목소리는 안나올테니 할수없는데, 그래도 그 하이소프라노같은 목소리는 아니게끔 하세요.

여자가 뭔가 물어보면 그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간결하게 대답하세요. 면접볼 때 많이 해봤잖아요? 앞의 여자가 면접관이다 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완벽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소개팅이지 선자리가 아니니 집안 얘기니 연봉 얘기니 가사분업이 어쩌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모범답안 정도는 준비해두세요.

식사는 너무 빠르지 않게 하세요. 여자 먹는 속도 생각해가면서, 거기에 맞춰보세요. 여자들이 왜 소개팅 자리에서 그렇게 조금만 먹는 줄 아세요? 물론 내숭도 어느정도는 있겠지만, 여자가 반도 먹기 전에 너님은 벌써 그릇까지 다 핥아먹고 접시만 달그락대고 있는데 어느 여자가 기다리는 사람 두고 자기혼자 주구장창 먹겠어요. 눈치가 있지. 아, 이런 얘기 한다고 진짜 그릇 핥아먹는 사람은 없겠지? 당신도 조금, 약간은 남기세요. 그리고 잠깐 화장실 간다고 가서 처음 얘기했던 구취제거제 한번 뿌려줍니다. 가글도 좋아요.

그리고 괜히 한창 식사중에 말 걸지 마세요. 대화는 식사 끝나고 하는 겁니다. 여자가 다 먹고 물 한 잔 먹고 입까지 예쁘게 닦았다 싶으면, 당신이 할 말은 하나에요. 후식으로 차한잔 어떠세요?

계산은 당연히 남자가 하는 겁니다. 현금 꺼내서 돈 세고 이러지 말고, 카드로 하세요.

여자가 후식 좋다고 하면 근처 디저트 카페(처음 거기 말고)로 모시고, 됐다고 하면 그냥 끝나는 겁니다. 아, 걸을 때도 주의할 게 있는데 걸음을 조금 늦추세요. 여자 보폭에 맞추고 속도도 좀 맞추고. 옆에서 나란히, 혹은 1보 뒤에서 맞춰 걸어야 합니다.

뭐 물어볼 때는 깊게 물어보지 말고, 설령 잘 모르는 얘기 하더라도 "아-" 하고 넘어가세요. 캐묻지 맙시다. 좀 이상하거나 동의하기 힘든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세요. 여자가 이야기할 때 당신의 역할은 그냥 맞장구치는 정도입니다. 무언가 여자의 이야기를 교정하거나 따지려고 하지 마세요. 화성남 금성녀 정도는 봤을테니 이정도는 잘 알겠죠?

표정은 처음 이야기했듯이 항상 미소입니다. 결코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놀라는 표정을 짓거나, 눈빛이 떨린다거나 해서는 안되어요. 당신의 미소는 부처님의 미소입니다. 벼락이 치고 바람이 불어도 깨져서는 안됩니다.

헤어지는 장소는 적당히 정류장/역 이 좋습니다. 애초에 중간지점에서 만났으니까 가는 길이 겹칠 일은 없겠죠? 아, 바래다드릴까요 라고 물어는 보아야 합니다. 아마 십중팔구 괜찮아요 라고 대답할거에요. 그럼 그냥 "아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 하고 배웅만 하는 거지요. 여자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조금 기다리세요. 당신은 끝까지 정중하고 매너있는 완벽남이어야 합니다.

아 맞다. 헤어지기 전에 넌지시 반 애프터 신청(?) 정도 해두시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애프터라고 시간장소 다 잡지 말고, 그냥 "다음에 영화(혹은 공연)나 보러갈래요? 요새 xx가 재밌다던데.. 제가 표 살게요." 정도 멘트면 됩니다.

여자가 떠난 후에는 그냥 집에 가는데, 적당히 여자가 집에 도착할 때 쯤 시간 계산해서 문자 한 통 날려주어야 합니다.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정도의 문구가 좋겠군요. 그럼 여자쪽에서도 네 맛있는 저녁 사주셔서 감사했어요^^ 잘 들어가세요 라고 답문이 올 겁니다. 뭐 안와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더이상 못 볼 거잖아요?

이제 모든 것은 완벽합니다. 다음날 당신이 애프터 신청을 하기 위해 여자분에게 전화를 시도하면, 아마 받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요. 주선자에게 연락해서 여자분이 연락이 안 된다고,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거냐고 물어보면, 아마 자기도 그 여자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당신에게 미안해할 겁니다. 당신의 이미지는 전혀 실추된 것도 없고, 실수한 것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다만 인연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은, 깨지지 않을 솔로생활을 즐기며 방바닥에 누워 밀린 드라마나 보는 일만 남았을 뿐입니다. 이렇게, 당신의 행복한(?) 솔로인생은 계속될 겁니다.


....하나 문제를 내 보지요. 여기서 나온 여자분은 대체 왜 남자를 거절한 것일까요?

by highseek | 2012/01/30 00:07 | 트랙백 | 덧글(37)

제목


- 언젠가부터 글을 쓸 때 제목 달기가 애매해졌다. 무슨 주제를 잡고 쓰는 건 상관없는데, 그냥 신변잡기에 가까운 것들은 머릿속에 생각들이 얽히기만 하고 정리가 되질 않는다. 늙었나..

- 자전거를 하나 샀다. 원래는 8만원짜리인데 안장 바꾸고 펌프 사고 거울(?) 달고 전조등에 바구니, 짐받이까지 달고 하다보니 어느덧 본래 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17만원으로 껑충 뛰어버렸다. 그런데 자전거를 사고 나니 갑자기 빔프로젝터가 사고싶어지는 걸 보면 이놈의 지름신은 날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긴 빔프로젝터로 천장에 영상을 쏘는 건 예전에 사인에서 정겨운이 그러는 걸 봤을 때부터 그래 저거야 싶긴 했다.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침대에서 노트북을 옆에 두고 드라마를 보면 필연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게 장시간 되다보면 목이 아프다. 그냥 똑바로 누워서 천장에 빔을 쏴서 3D 영화를 보는거다!

- 이래저래 돈없는데 뭔 세금은 그리 떼어가는지. 일년동안 백만원 넘게 냈으면 좀 그만 가져갈 때도 되지 않았나? 연말정산하면서 어떻게든 안 내 보려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는 것도 귀찮고(그래봐야 뭐가 될 여지도 없고), 나같이 가난한 월급쟁이 봉투 백날 뜯어봐야 뭐가 얼마나 나온다고..

- 뭐 공제받을 건덕지가 별로 없어 세금만 줄창 내는가보다. 나라에 바칠 바에야 차라리 여친 명품백이나 사주는 게 낫지 싶은데, 하기사 받아줄 사람도 없고 -_-

- 명절 때 시골 가니, 슬슬 나에게도 결혼 압박이 들어온다. 회사에 여자는 없냐 뭐 이런 질문 하는데..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뭐 소개나 좀 시켜줘보고 그런 얘기나 하면 밉지나 않지.

- 스파게티만 쓰는 것보다 푸실리나 마카로니를 조금 섞는 게 더 취향에 맞는다. 그리고 화이트 소스 만들 때 여태껏 화이트 와인만 썼었는데, 레드와인을 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레드와인 졸여서 만드는 소스 말고, 그냥 평범한 화이트 크림소스를 만드는 데 와인만 레드로 넣어봤다. 화이트가 아닌 보랏빛의 파스타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 요새는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 걸 지도. 그냥 만사가 다 귀찮다..

by highseek | 2012/01/28 21:29 | 트랙백 | 덧글(10)

.





햄말이 치즈참치볶음 + 화이트소스
양념갈비 + 메추리알
까베르네 쇼비뇽. 09년산


감귤
브리 치즈

by highseek | 2012/01/18 21:54 | 트랙백 | 덧글(0)

사계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빌드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by highseek | 2012/01/15 20:58 | 트랙백 | 덧글(0)

C언어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책 한권 들고, 얼마든지 독파할 수 있다.

사실 배울 게 그리 많지도 않다. 문법적인 내용이야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나.

그리고 요새는 대학 오기 전에 이미 다 떼고 온 사람도 많다.(나도 그랬고)

또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무리 많아도, 기본적인 사항은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한가지만 해두면 다른 건 금세 익힐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배우고 나서, 정작 요구사항 명세서 들려주면 단 한 줄의 코드조차 제대로 짜내지 못한다.

by highseek | 2012/01/11 13:46 | 트랙백 | 덧글(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